| 20 번 글: [여성문학]허난설헌 표절 시비 논쟁사 |
| 글쓴이: 신딸기 |
글쓴날: 2000년 05월 05일 11시 15분 |
읽은수: 7426 |
이런 이야기가 있는 줄은 몰랐는데...
오 ! 놀랍네요.
이 걸 읽다가 드는 생각은 관동별곡이니 사미인곡이니 이런 글을 읽을 때, 중국의 옛 시를 연상케 하는 것이라든가 고사를 인용한 것이라든가.. 그 것까지 외어야 했던 불우한 입시 준비 생활이 생각이 났는데...
허난설헌의 그것도 역시 그런 것이었는지..
당시, 표절이었는지 파스티슈나 오마쥬였는지를 어떻게 구분하는 지를 잘 모르겠네요. 항상 ... 오마쥬나 파스티슈 같은 느낌은 많이 받았었는데, 우리 나라 사대부들의 문학이라는 것에서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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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난설헌 표절 시비 논쟁사
경향신문 [ 스포츠 ] 2000. 5. 2. 火
난설헌 작품 중 일부가 중국 시를 베낀 것이라는 지적은 박현규 순천향대 교수가 아니더라도 이미 조선시대 당대에 있었다.
더구나 표절 시비는 국내 뿐만 아니라 중국에서도 문제가 됐다.
허난설헌 작품의 표절을 비판했던 인물이 바로 허난설헌과 같은 해인 명종 18년(1563)에 태어난 지봉(芝鳳) 이수광이었다.
그는 ‘지봉유설’권14 ‘문장부칠’(文章部七)에서 홍경신이라는 다른 사람 말을 빌려 다음과 같이 말했다 “(난설헌 문집인) ‘난설헌집’가운데 ‘금봉화칠지가’(金鳳花柒指歌)는 전부 명나라 사람의 ‘깨끗한 겨울은 유성이 흐르는 달밤이요, 그린 눈썹은 꽃비가 지난 봄뫼(春山)이어라’의 구절을 취한 것이다.
‘유선사’(遊仙詞) 중 두 수는 당나라 조당(曺唐)이라는 사람의 시이고, ‘송궁인입도’(送宮人入道) 율시는 바로 명나라 당진(唐震)의 시이다.
기타 악부와 ‘궁사’(宮詞) 등의 작품도 옛 시를 많이 취했다” 이어 이수광은 허난설헌 시작품 중에서도 두 세편만 제외하고 모두가 위작이며 그녀의 걸작으로 통하는 ‘백옥사상량문’또한 동생인 허균과 이재영(李再榮)이 편찬한 것이라며 표절 실례를 일부 들었다.
그렇지만 이수광은 이런 문제점이 있다는 지적만 일부 작품을 들어 했을 뿐 표절이라고는 하지 않았다.
어떻든 표절문제는 이수광에 뒤이어 허난설헌보다 3년 뒤에 태어난 신흠이 다시 제기하고 나선다.
즉 신흠은 난설헌의 ‘백옥루상량문’을 높이 평가하면서도 ‘유선사’의 절반 정도가 옛사람의 시라고 지적하면서 아울러 이것이 허균의 소행일 것으로 보았다.
하지만 허난설헌 연구가인 허미자 교수는 지난 84년에 출간한 ‘허난설헌’이라는 연구서에서 신흠이 허균과 당파가 달라 악의에 찬 비난을 했다는 이유만 들면서 정작 표절인가 아닌가 하는 문제는 직접 언급을 회피했다.
이수광과 신흠 말고도 허균보다 조금 늦게 활동한 김시양이라는 사람도 허난설헌 작품의 표절에 대해 혹평했으며 ‘시화총림’으로 유명한 홍만종과 ‘구운몽’의 작가 김만중, 정조때의 대학자 이덕무, 한치윤 등도 표절문제를 제기했다.
특이한 점은 중국에서도 표절논쟁이 있었다는 점이다.
허균이 편찬한 허난설헌 작품집은 중국에도 알려져 그 당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한양대 정민 교수의 표현을 빌리자면 ‘난설헌집’은 베스트셀러였다.
중국에서 가장 먼저 표절문제를 제기한 이는 전겸익과 그의 첩 유여시라는 인물이었다.
그는 청 순치 9년(1652) 허난설헌의 인물과 작품 해제를 하면서 중국 문인들이 외국 여성이 지은 시가에 대해 경외감에 빠져들어 있으나 표절 흔적이 많으니 자세히 알아보고 읽어라고 충고하고 있다.
이어 강희 44년(1705)에는 주의존(朱彛尊)도 난설헌 작품에 위작 흔적이 있다고 지적했다.
현재의 한국 한문학계에서도 이런 사실을 잘 알고 있다.
정민 교수는 “허난설헌 작품의 표절문제는 공공연한 비밀이었다”고 말한다.
하지만 아무도 이 문제를 직접 거론하지는 않았다.
허난설헌 작품 중 일부의 표절 사례를 잘 알고 있는 정민 교수조차 간단히 짚고만 넘어갔다.
더구나 지금 난설헌이 지었다고 전하는 작품 중 과연 얼마만한 숫자가 표절인지에 대한 종합적인 고찰은 없었다.
조선과 중국의 일부 문인이 표절문제를 삼은 작품 또한 일부에 불과했다.
이는 난설헌이 한국문학사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워낙 막강하고 무엇보다 관련문중이나 단체의 반발을 우려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번에 박 교수가 단단히 작심을 하고 중국 시 중에서도 당시(唐詩)만 골라 허난설헌 작품과 일일이 비교해본 결과 생각보다 표절 정도가 훨씬 심각한 것으로 드러났다.
더구나 박 교수가 표절이라고 증거를 들이댄 난설헌 작품 중 10수 가량은 글자 몇개만 바꾸었을 뿐 중국시를 그대로 베낀 것임이 명백해졌다.
“난설헌의 모든 작품이 표절은 아니며 천재성이 번뜩이는 독창적인 작품이 많은만큼 난설헌의 명성이 퇴색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정민 교수의 예상과는 달리 이번연구결과는 난설헌에 주어졌던 조선최고의 여류시인이라는 월계관을 벗겨내릴 수도있는 폭발성을 지닌 것으로 평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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