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39 번 글의 답장글: RE: RE: 아주ㅁㅏ드ㄹㅏ~ |
| 글쓴이: 울트ㄹㅏ |
글쓴날: 2002년 03월 29일 22시 46분 |
읽은수: 1865 |
처자식 먹여 살리느라 등골 휘는 가장에게 가사노동분담을 강요하지 말라~ 남편은 오늘 아침도 무거운 눈꺼풀 억지로 잡아떼고 일어나 차려주는 밥 간신히 한 술 뜨는둥 마는둥 허둥지둥 '밥벌이'를 하러 간다. 밥숫가락 들다 말고 쪼르르 달려가 가능하면 공손하게 웬만하면 상냥하게 도레미'파'음 높이 적당하게 콧소리 섞이면 흡족하게, 안뇽 다녀오세염...씨익, 웃어주면 어디 덧나는가 표정없는 얼굴로 힐끗 한 번 쳐다본다. 그래 아직 잠이 덜 깨 그러는 걸거야, 가엾은 당신...
밖에서 일해 본 나는 알지. 퇴근 후 돌아오면 손꼬락 한 개 까딱하는 것두 절라 힘든 '노동'이라는 것을. 테레비 리모콘 누르는 거두 힘들어 가끔은 '야, 십일번 아니아니 구번' 이러믄서 착한 남동생 부려먹은 게 한 두 번 아니었지. 인과응보라고 했던가. 손꼬락 부러질까봐 꼼짝 못하고 드러누운 남편은 귀도 멀었는가부다. 애가 그렇게 울어도 눈 하나 깜짝 안 한다. 몸이 너무 약해졌나봐, 어디가 아픈 거는 아니겠지? 먹여 살리느라 바빠서 운동할 틈이 없어 나온 배좀 봐. 계단으루 좀 다니고 차는 이틀에 하루쯤 두고 다니라니까. 아니지, 내가 무슨 소릴 하는거야. 피곤한 당신...
반딱반딱 빛나는 마룻바닥을 좀 봐. 여보, 사랑하는 당신 배깔구 드러누워 테레비 보라구 쫌 아까 내가 닦았어. 잘했지? 어제도 닦았는데 뭘 또 닦냐. 소탈한 당신, 따뜻한 당신 고마운 한 마디에 눈물이 나올라구 하지. 매일매일 많지도 적지도 않은 빨래를 분류하고 돌리고 꺼내고 널어서 걷어서 개다가 재분류하는 동안 제길할 시계는 잘도 돌아간다. 빨래야 세탁기가 대신 해주고 청소는 청소기가 대신 해주는데 뭐 그렇게 대단하게 힘이 들겠어, 여보. 젠장할 청소기 무겁고 시끄럽고 분해해 닦는 거 좀 귀찮을 뿐이지 알다시피 아주 편해. 걸레는 손으로 짜야 제 맛이지. 손이 좀 터서 그렇지 걸레 몇 장 빠는 게 어디 일 축에나 끼나요 여보. 애 낳고 이렇게 손목 발목 시큰거리는 걸 보면 나도 아줌마 다됐다니까. 여보, 나도 좀 가꿔야 되겠져? 말은 안 하지만 불만일거야 분명히. 집에서 뻔히 노는데 화장은 커녕 세수도 안 한다고 말이지. 착한 당신, 나를 사랑해주니 고마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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