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39 번 글: 아줌마도 한말씀... |
| 글쓴이: 물꽃 |
글쓴날: 2002년 02월 09일 01시 30분 |
읽은수: 3189 |
1. 우리 집에선 맞벌이를 하죠.
남편은 실업상태인 경우도 많았고... 남편이 실업상태가 되면 제가 그만큼 더 벌어야 되니까 더 바빠지죠. 그렇다 해도 남편이 가사노동을 어느 정도 '도와주기'는 하지만 전담하는 경우는 없죠. 오히려 남편이 실업상태일 때 가사노동(육아, 식사 준비, 청소, 빨래, 장보기, 세금 처리, 남편의 물 시중, 시댁에 대한 봉사 등)을 소홀히 하면 이런 말을 듣게 되죠.
"여자가 돈 번다고 유세 떨지마"
"여자는 아무리 밖에서 잘 나도 집에선 여자 도리를 해야 하는 거여."
"아이가 감기라도 든다면 그건 직장 다니는 엄마가 아이 간수를 잘못해서이지" 등등...
재택근무를 하는 기혼여성들은 이런 말을 듣기도 하죠.
"여자가 집에서 핑핑 놀면서 남편에게 아이를 맡기다니.."
아마 이런 말들은 우리나라 30대 이상 부부가 사는 가정에서는 낯설지 않은 말일 걸요.
2. 제가 하고 싶은 말은 남자는 밖에서 밥벌이하고 여자는 집에서 전업주부로 가사노동을 한다는 성역할 분담론은 그나마 근대화된 사회에서만 통하는 이야기란 것...
우리 같은 전근대사회에서는 남편이나 아내가 얼마를 벌든 아내가 가사노동을 담당하지 않는 것은, 자신의 기본도리를 하지 않는 것과 같은 대역죄! 여성이 아무리 경제생활로 바쁘다 해도 자신의 집안일 제대로 하지 않는 것은 여성으로서, 즉 인간으로서 자격 상실!
즉 전근대사회에서 여성의 가사노동은 남성과 여성이 사이좋게 역할을 분담한 것에 의한 것이 아니라, 기본적으로 노예노동이라는 것...여성이 가사노동자로서의 의무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것은 아직 노예 신분에서 벗어나지 못하였음을 증명하는 것이라는 것...
성역할 분담의 논리를 자주 써먹는 쪽은 자본 측이죠. 그들은 남성에게 더많은 임금을 주거나 승진을 보장하고, 정리해고를 할 때 여성을 1순위로 삼는 이유가 남편들이 처자식을 먹여살려야 하기 때문이라나... 제 생각엔 성역할 분담론 자체가 가사노동의 가치 지불을 개별 가정에만 맡겨버리려는 자본주의의 속임수인데 그걸 근거로 가사노동의 가치를 계산하는 것은 한계가 있는 것 같습니다.
가사노동의 가치는 인간 생활이 유지되는데 필수적인 노동이라는 것. 그건 노예노동이 아니라 사회의 근간이 되는 노동이라는 것. 그러므로 그 댓가 역시 국가와 사회에 의해 지급되어야 한다는 것을 이야기하고 싶네요.
여기서 하는 가사노동 논쟁도 그렇게 이끌어졌으면 싶네요.
3. 내일이 원고 마감인데 아침 밥도 해야겠고 애 도시락도 씻어야 하고... 찾다만 퍼즐 조각, 블록 조각도 찾아서 끼워놓아야겠고...연휴가 되기 전에 은행도 갔다와야 하고...
내 정신 좀 봐. 할 일은 태산 같이 쌓아놓고 여기서 뭘 하고 있는 거지? 내가 사회적 발언을 할 여유가 있기는 한 건가. 에구구 손목 아파.... 아줌마는 이만 물러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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