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시간에 대한 인식 문제가 반드시 여성에게만 속하는 것이라고는 말 할 수 없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지만, 시간에 대한 의식이 여성에게 커다란 억압이 됨을 말할지 않을 수 없다.
20대를 넘어서면서 사람들은 시간에 쫓기고 있음을 알아차리게 된다. 취직에서의 나이제한이라든가, 결혼 적령기 같은 것은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남성과 여성 모두에게 무시할 수 없는 지배력을 가진다.
하지만, 20대 중반을 넘어선 여성은 시시각각 뚜렷하지 않은 적과 싸움을 해야만 한다. 사회의 통념과 다른 방식을 하나씩 생각할 때마다 말이다. 분명 자신 스스로 정한 방식이 아닌데, 자신의 내부에서 일어나 자신의 의지와는 다른 질문이 그 의지를 윽박지른다.
어려서부터 독립적인 여성으로 자라기 위해 노력했다고 자부하는 나같은 사람도 이런 불안을 자주 겪으면서 이 사회가 우리에게 얼마나 무서운 협박을 주입시켰는지 깨닫게 된다.
즉, 내 안의 사회적 판단과 남성적 가치와 싸워야 하는 것이다. 몸 속에 에일리언을 키우는 리플리처럼 기진맥진 해야 하는 것이다.
자신의 인생과는 상관없는 스케쥴대로 움직여야 하는 사회에서 산다는 것은 특히 여성의 경우 자신과의 싸움이라고 생각한다.
20대 후반, 학업이든, 새로운 직업이든, 하다못해 여행이든간에 뭔가를 결정한다는 것은 투쟁이다. 타인의 마뜩찮아 하는 시선은 싸움거리도 안된다. 자신의 내부에서
'이래도 되는 걸까?'
'나는 뒤쳐지는 것이 아닐까?'
'만약 실패한다면 만회하지 못하는 것이 아닐까?'
이러한 질문들이 나와 같은 여성들은 그 자리에 주저앉게 만들고 있다.
하지만, 인간은 스스로의 의지로 살아야 한다는 기본을 다시 생각하며 나는 조금씩 움직이고 결정한다.
물론, 그 결정에 나는 내 전체를 다 던져넣는 다짐을 해야하지만, 불안하고, 이게 아닌데... 하는 의문을 버리지 못한채 한 곳에 머물기보다는 나의 불안함대로, 나의 움직임이 절벽 끝으로 나를 이끈다해도 움직이는 것이 옳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다시 생각해본다.
그저, 여행을 하고 싶을 뿐이고 내 인생을 원하는 방면으로 살아가고 싶을 뿐인데, 그렇게... 모든 것을 다 걸어야할만큼 비장해져야만 하는 것인가?
분명, 내가 세운 원칙이 아닌데, 왜 나의 의지가 꺾여야 하며, 내 의지대로 행하는 것이 잠재적인 불안이 되어야 하며, 나의 가족의 걱정이 되어야 하는가?
솔직히, 현재의 페미니즘을 희망적으로 생각하는 것은 아니다.
왜냐하면 그들의 방법의 대부분은 말할 수 없이 폭력적이기 때문이다.
모든 사람이 불필요한 시간의 초침을 듣지 않을 방법은 무엇일까? ... 내가 생각하는 방법은 그저 스스로 이겨내는 것이다.
그리고, 여유로움을 배운 다음, 그것을 재생산 하지 않는 사람이 되는 것이다.
누구나 자신의 시계를 만들어야 한다.
거대한 시계가 있다면 자신의 내부에서부터 소멸시켜야 한다.
그것이 자신의 불안과의 싸움이라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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