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9 번 글: 우리 잡지사 편집장 이야기 |
| 글쓴이: 하늘 |
글쓴날: 2000년 07월 14일 00시 39분 |
읽은수: 3782 |
천안에 있는 산업기술개발연구원(KITECH) 원장 인터뷰를 다녀왔다. 물론 신참인 내가하는 일은 우리 편집장과 원장 간 인터뷰를 취재하는 일... 말그대로 견습하러 갔다.
우리 편집장은 경력 10년의 고참 기자.. 차장대우를 받는 '여성'인 성을 가진 기자이다. 생각해 보건데 내 어린시절 초등학교 선생님의 이미지를 가져선지 내게는 호감이 가는 스타일이었다. 하긴 알고보니 집안이 사대출신 교육자 집안이기도 했다.
때로는 엄하고 때로는 여성다운 섬세함이 있는지라 처음 직장생활을 하는 나에게는 여러모로 도움이 되었다. 글쓰기서부터 기자로서 가지는 품성 등 여러모로 배우는 바가 크다. 내가 보아도 능력있는 기자였으며 매력적인 캐리어 우먼이다.
오늘 편집장이 인터뷰하는 것을 목도했다. 무었보다 편집장의 공격적인 인터뷰 장면이 인상깊었다. 절대로 인터뷰의 주도권을 빼앗기지 않았다.
사전에 배포된 자료에서 보암직한 문구로 인터뷰의 서두를 연 편집장은 우선 편안한 담소로 다소 어색한 분위기를 풀어나갔다. 원장은 홍보가 편집장은 기사를 필요로한 공생관계였지만 처음 대면에서 어색함을 부정할 수는 없었나보다. 다음은 원장의 업적위주로 큰이야기로 크게 주제를 짚어보고 인터뷰를 풀어나갔다.
그리고 요약성의 거드는 말로 한단락의 마무리를 잊지 않았다.
인터뷰를 지켜보며 나는 인터뷰워로서 편집장이 보여준 태도를 짚어나갔다.
아는 지식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면서도 겸손함을 잃지 않았다. 무엇보다 손바닥에 한가득 들어갈 취재노트를 책상위에 놓고 다소 어깨를 좁히고 몸을 구부려 기록해 나갔다. 되려 옆에서 참관한 내가 어색할 정도였다. 어깨하나는 거구 못지않은 나인지라 당당한 태도로 쫙 펴고 있었는데 그럴 성질은 아니었다. 확실히 어깨를 좁혀주고 시선을 아래에서 위로 보내주니 말하는 사람이 편해하였다.
그렇다고 비굴하다거나 맞장구만 치지 않았다. 대게 인터뷰를 청한 사람은 기자보다도 나이와 직위가 높다. 그래서 간혹 기자를 가르치려는 태도를 보이는데 편집장은 이부분을 단호히 끊었다. 가끔 이야기를 유도키 위해 고무도 하면서도 원장이 자랑조의 뜬 분위기가 되었다하면 '잘랐다' 밝은 분위기(웃음, 맞장구)를 유도하면서도 아주 가끔 깨는 한마디로(거의 습격분위기-노가다 와같은 거친단어.. 사실 이거 실례한것이 아닌가 싶은데... 명색이 차관보 출신 원장한테) 상대방을 긴장시켰다. 이야기가 흩어진다 싶으면 정리된 이야기를 유도했다.
자연스러우면서도 절대로 들뜨지 않았다. 그러면서도 웃음을 잃지 않았으며 아랫사람(수행 과장 등)에게 겸손하게 대하면서도 수행원의 설명은 받지 않았다.(세상에나 담당과장은 내가 상대해야 했다. 뭔 말을 그렇게 하고 싶어하는지...).
기자는 밖에 나가면 언론사를 대표하는 사람이 된다. 그래서 가끔 자신의 능력과 무관히 터무니 없이 거만해지기도 하여 "기자정신은 제정신이 아니다."라는 말이 있다. 잡지사 내부에서도 그렇게 '교육'시켰다. 알게 모르게 안그래도 당당하고 절대 기죽지 않은 난데 잡지사 들어간 후 태도가 더 자신감에 차져 버렸다.
경력 10년째 고참 기자인 우리 편집장은 거기다가 무언가 더 얹어진 느낌이었다. 하긴 일하다보면 권위적이고 자신감에 찬 태도가 만사형통은 아니다라는 경우가 있기는 하다.
그런 나의 '감탄'을 끌어낸 편집장도 두려워 하는 것이있다.
소위 '성차별' ... 일전에 하도 내말을 잘끊고 해서 와락 덤빈다고 한마디 한적이 있었는데( 그렇게 (말) 끊으면서 무슨 (글쓰기에 관한)질문을 하는가.. 였던가..) 일이 있은직후 '여자라고 얕보지 않지?' 하고 다짐하는 듯 되물었다. 편집장은 내가 페미니스트라는 말에 안심하는 태도였다.(우리 회사에서는 언젠가부터 내가 페미니스트로 인식되었다.)
두번째 아킬레스건은 가정을 가지고 육아를 한다는 점... 아들 둘을 가진 편집장과 난 술을 마셔본 적이 없다. 식사는 했어도 음 대게 일이 아니고서는 집으로 시간 맞추어 들어갔다. 이점은 내게 조금 아쉬운 일이다. 신참인 나로서는 일과 관련해서 해야할 질문도 많은지라 그렇게 쉽게 헤어지는게 아쉽게 느껴졌다.
아뭏든 지나가는 말이지만 우리 편집장과 나는 운전을 같이 배우기로 했다. 그러고 보니 둘다 운전면허증이 없었다. 그런데 가끔 일방으로 구밖받는다.
"운전면허 없이 어떻게 들어왔는지 몰라..."
아직 그 말을 한번도 받아친적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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