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여성부는 호주제의 대안 입법으로 '일인 일적제'를 도입하라."
여성부는 지난 1월 9일, 현행 호주제를 폐지하고 그 대안으로 '가족별 호적편제'를 도입하는 방안을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의 인수위윈회에 제출했다.
호주제는 남녀차별을 법적 제도적으로 인정한 대표적 악법으로서, 이 땅의 모든 여성들을 성차별의 굴레에 굴종시키고 남아선호사상과 여아낙태를 통한 기형적 성비불균형현상을 부추겨왔다. 또한 '가장 중심의 가족 유대'라는 명분 하에 성평등과 국민의 평등권을 심각하게 위배하는 핵심적 위헌제도로서 이미 그 폐지에 관한 국민적 공감대를 넓게 형성하고 있다.
지난 10여년 간의 "호주제 폐지 투쟁"으로 마침내 2002년 16대 대통령선거를 통해 모든 대통령 후보들이 호주제 폐지를 핵심공약으로 내게 한 것은, 한국 여성운동계의 주요한 성과였다. 특히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가 집권 1년 안에 호주제를 폐지하겠다고 공약하고 이의 실현을 위해 준비하고 있는 것은 환영할 만한 일이다.
'가족별 호적편제'는 대안이 아니다.
그러나 지난 9일 여성부가 인수위원회에 제출한 "가족별 호적편제"는 호주제 폐지 이후의 완전한 대안이 될 수 없다.
"가족별 호적편제"는 부부와 미혼자녀를 하나의 신분등록부(현재의 '호적')에 기재하는 방식이다. "가족별 호적편제"는
1. 호적의 기준자(색인자, 부부 중 1인)를 결정하는 과정에서 여전히 성차별의 여지를 온존시키게 되고,
2. 미혼자녀를 기준자인 부모의 호적에 편제시킴으로써 헌법에서 보장하는 인간의 평등권을 호적으로 확인시키지 못하는 제도이며,
3. 구성원의 결혼 사망 이혼 재혼 등의 경우, 매번 새로이 호적을 변경해야 하는 행정적 재정적 낭비를 감수하게 하고,
4. 또한 재혼가정의 경우 성씨변경이 가능하다면 '정상가정'으로 분류되겠지만 그 변경과 편제과정에서 이전 기록들의 왜곡이 불가피한 불완전한 공문서제도를 낳게 하거나,
5. 성씨변경을 하지 않을 경우 "비정상 가족"의 선입견을 여전히 잔존시키는 제도이다.
이는 다양한 가족의 형태와 가족의 형성과정이 호적에 드러남을 통해 소위 "비정상 가정"에 대한 선입견과 사회적 차별을 불식시키지 못하는또 하나의 구시대적 호적편제에 불과하다.
대안은 개인별 신분등록제인 "일인 일적제"이다.
"일인 일적제"는 개인이 자신의 신분등록부를 개별로 갖게 하는 신분등록제이다. 즉 자신의 출생, 혼인, 사망 등의 신분변동사항을 '나'를 중심으로 기재하고, 부모 배우자 자녀의 사항도 함께 기록하여 그 친족관계를 파악할 수 있게 한다. 이는 "가족별 호적편제"의 문제점을 해결하고 친족관계의 확인도 가능하게 하여, 헌법에서 보장된 국민의 평등권과 사생활의 자유를 보장하는 미래지향적이고 이상적인 신분등록제이다.
여성부는, '가족해체의 가속화 우려'라는 명분없는 반대론자들의 압력에 밀려 평등한 신분등록제를 다시 유보시키는 어리석은 대안을 철회하여야 한다.
민주노동당 여성위원회는 호주제의 조속한 폐지와 함께 개인별 신분등록제인 "일인일적제"를 그 대안으로 제시하면서, 여성부가 진정한 성평등사회의 구현과 이를 위한 법적 제도적 완비에 더욱 분투할 것을 촉구한다.
2003년 1월 13일
민주노동당 여성위원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