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96 번 글: 임신-왜 우리는 현명하게 살아가는 방법을 배울 기회가 없을까? |
| 글쓴이: 돌다리 |
글쓴날: 2002년 09월 13일 13시 43분 |
읽은수: 5513 |
나는 결혼한지 이제 2년 반이 지났다.
결혼전의 나의 모습은, 여자가 '성'을 이유로 차별을 받거나, 조롱당하면 어떤 상황에서든 절대로 참지 못하고 온몸을 부르르 떠는, 소위 남자들이 '부담스러워'할 만한 존재였다. (물론, 당시에는 나의 전투적인 모습을 지극히 당연히 여겼었다)
나는 물론, 주위 사람들도 나의 결혼은 계획에 없거나 있더라도 아주 늦은 시기일 것이라고 예상하던 중, 어이없게 스물여섯이란 이른 나이에 결혼했다. ('사고'나 그런 류의 이유는 아니니 기대마시길! ^^)
그건 일종의 세상과의 타협의 산물이라고 자위하고 있는데, 어차피 성평등 사고체계가 지극히 후진적인 한국사회에서 멀쩡한 인간으로 대접받기 위해서는 '결혼'이라는 꼬리표가 필요했고, 최대한 성평등 사고방식을 가진 상대와 결혼하는 게 낫다는 차원에서 지금의 남편과 결혼했다. (물론, 상대와의 감정의 공유, 신뢰는 기본이다. -사랑보다 나은표현 없나?)
지금은 비교적 만족하는 상태. 처음 1년 정도는 새로운 형태의 피곤한 인간관계(시집)에 피로도가 높았지만, 지금은 내가 가진 것을 여우같이 챙기면서 적당히 비위도 맞춰주는 사회성도 길러진거 같다. (여기서 학습한 것이 놀랍게도 직장생활에 도움이 되었다. 속은 어떨지 몰라도, 겉으로는 상냥한 웃음을...호홋)
그렇게 지낸지 2년 반. 이제는 또다른 어려운 과제가 내앞에
닥쳐있다. 임신/출산/육아? 왜 아이를 낳아야 하는지,글쎄, 솔직히 모르겠다. 종족보존? 나 아니어도 애낳는 사람 많은데, 굳이 나서서 그런 명분을 쫓는 '건전한' 인간은 아니다.
애를 낳는 것이 '결혼 행위정도 만큼만' 내 인생에 별다른 영향이 없다면 이렇게 고민이 안될 것이다. 그냥 누구처럼 아무 거리낌없이 결혼하면 임신하고 애를 낳고 기뻐하고 그렇게 살 수도 있겠다. 그러나, 아무리 머리를 굴려도, 주위를 살펴봐도, 애를 낳고 개인적인 인생이 망가질 가능성이 높아 보이는 걸? 출산 후 일과 개인적인 즐거움을 어느정도 포기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걸 아실 것이다.
나는 기왕에 사는 인생, 하루하루를 다채롭게 해피하게 살고 싶다. 애로 인해서 많은 부분을 무조건 포기하고 희생하고 싶지가
않다. 왜 그래야 하나? 다만, 엄마가 된다는 것이, 내가 결혼하고 얻은게 없지 않은 것처럼, 인생의 폭을 넓히고 안정감을 갖게 할 것이라고 억지로 좋은 점을 찾아 볼 수는 있다. 그러나, 그러기엔 우리 사회와 현실에서 감당해야할 일상의 부담과 피로도가 너무 너무 크다.
다른 이들은 어떤 생각을 가지며 살까?
우리는 학교에서 숫자만 배웠지, 사는방법은 별로 배운게 없는 거 같다. 현명하게 살고 싶은데, 정말 간단치 않다.
오늘 독일 여성이 쓴 '일이냐 아기냐 아무것도 포기할 수 없는 여자'를 다 읽었다. 그나마 최소한의 가이드라인을 거기서 얻었지만, 그래도 역시 아이를 왜 낳아야 하는지 그 의문은 풀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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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결혼하신 분들, 저와 비슷한 입장이거나 최근에 그런 고민을 겪었던 분들의 답글을 기다려 봅니다.
남자분들도 자신의 육아에 대한 생각은 환영입니다만, '당연한 모성'운운하는 비생산적인 비난은 정중히 사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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