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591 번 글: 무넝이님과 shaum님께.. |
| 글쓴이: 프리야 |
글쓴날: 2002년 04월 16일 14시 28분 |
읽은수: 1461 |
어제 오랜만에 제가 아는 한 '언니'를 만나서 맥주를 마시며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다가 "언니, 최보은이 정말 원하는게 뭘까?"하고 물었어요. 그 언니가 제게 한 말을 대충 간추려 보면 이런 거였어요. "센세이션이야. 그여잔 힘을 너무 좋아해. 난 그여자가 남성의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마초적 페미니스트'라고 생각해" 전 슬펐어요. 왜냐면 저역시 그녀에게 그런 혐의를 갖고 있기 때문에요. 그리고 언니는 저에게 또 이런 얘기를 했었요. "그여잔 사회적 영향력이 있는 여자야. 자신의 말에 책임감을 느껴야돼" 이젠 지겹겠지만, 우리 글 하나만 더 읽어봅시다. 이건 한 '남성'이 본 '최보은'의 글입니다. 그의 말을 전적으로 지지하든, 전적으로 거부하든, 그건 우리 스스로 선택할 문제이지만, 우리는 그전에 많은 텍스트를 읽어야 합니다. 전 글을 읽는게 좋고, 무넝이님과 shaum님도 글을 읽는걸 좋아하시는거 같아서, 용기를 내서 하나만 더.. (이글은 www.zuri.co.kr에서 퍼왔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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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보은 씨의 박근혜 지지론을 읽고-
' 어느 진보 페미니스트의 능청'
송복남 편집장 [] / 기사작성일: 2002-04-09
"최보은의 사태는 정치적 시각으로 볼 게 아니라 한국 사회에서의 여성적 지위에 한해 읽어야 한다. 그러나 이것이 정치적 논리로 접근되면 최보은은 오류 투성이다. 순진무구하게도 페미니스트의 시각을 정치적 지지로 선언했으니 여기에 최보은의 비난의 소지가 생긴다."
인터넷에서 검색해 인용하긴 했는데 누구의 글인지는 잘 알 수가 없다. 그러나 이 글은 최보은 씨가 발언해 논란을 빚고 있는 박근혜 지지발언의 핵심을 가장 정확하게 설명하고 있는 글이다.
영역설정이 잘못됐다
거두절미하고 사실 이 최보은 씨의 문제는 페미니스트의 시각과 그에 한정해 말하면 논란이고 뭐고 할 것도 없다. 따라서 일간지나 월간지 나아가 인터넷상에서 왈가왈부하는 일도 별 무의미하며 그저 한 여성 페미니스트의 자기주장으로 간주하며 그만이다. 이 문제가 별 볼일 없어서가 아니라, 너무나 당연하므로. 페미니스트라면 그런 주장을 해야하고 그럴 자격이 있으며 그래야 한다. 아니 이는 인간 보편성의 문제이기 때문에 더 그러하다. 그러나 문제가 생겼다. 이 사안은 페미니즘의 영역이 아니었다라는 점이다.
좀더 정확하게 말하면 정치사회의 시스템 안에 페미니즘이 있으며 이 페미니즘은 사회 공론의 문제였던 것이다. 즉 정치사회적 시스템 안에 페미니즘과 남성의 권위 등 무수한 오류와 불순과 부도덕이 숨어있는 것이다. 페미니스트는 정치사회적 시스템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으며 바로 그런 이유로 페미니스트가 된다. 이는 인간평등의 문제에서 여성이 소외되었기 때문에 생긴 것이다. 박근혜 지지문제는 정치사회적인 문제이며 여성문제가 아닌 인간사회에 관한 문제이다. 최보은 씨는 영역설정의 드래깅을 잘못했던 것이다.
여성차별의 절박함을 몸소 체험하고 살아온 지식인 최보은 씨의 말이다(여성으로서 한국사회에서 그가 느낀 절박함에 대해 전혀 이의를 제기할 생각은 없다).
"내가‘출마한다면 박근혜 의원을 찍겠다'고 공언할 때까지만 해도, 그것은 여성정치 참여현실의 참을 수 없는 후진성에 대한 역설적, 반어법적 수사였다."
그의 이 말에 대한 순수성을 인정하다가도 다음 말에 이르면 그 순수성이 퇴색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 . . . . . 능력있는 여자는 기회있을 때마다 소문내 주기, 한영애과라도 그게 여자라면 표 찍어주기 . . . . ".(월간 말 3월호 79쪽)
이게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 이 추잡하고 더러운 한국사회에서 문정왕후 같은 여자가 대통령에 출마해도 여자라는 이유만으로 찍어주겠다는 논리처럼 보여져 아연하다.
페미니즘에도 독선이 있다
최보은 씨의 입장을 찬성한다는 한겨레신문 3월 19일자에 실린 여성문화모임 '살류쥬'의 대표였던 장정임 씨의 말을 들어보자.
"이회창 등 주류남성 정치인들이 박근혜보다 뛰어난 도덕성을 가지고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박근혜를 '박정희의 딸'로서만 인식하고 폄하하는 것은 주류남성의 논리이며, 여성은 여성의 논리로 후보들을 평가해야 한다."
주류남성들이 박근혜보다 뛰어난 도덕성을 가지고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는 그의 말에 동의한다. 하지만 "여성은 여성의 논리로 후보들을 평가해야 한다"는 어처구니없음에는 동의하지 않는다. 여성의 논리로 후보들을 평가해야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논리로 후보 인간들을 평가해야 하는 것이다.
또 "박근혜를 '박정희의 딸'로서만 인식하고 폄하하는 것은 주류남성의 논리"라는 장정임 씨의 논리나 "정치인으로서의 박근혜의 독자성을 인정하지 않"는다며 문제제기를 하는 최보은 씨의 박근혜 독자론은 비현실적이다. 박근혜라는 인물이 박정희라는 인물과 정말 아무런 상관없이 설명이 가능하다고 보는가. 전근대적 영웅(?)인 박정희라는 인물로부터 박근혜는 정말 독자적이고 아무런 영향을 받지 않았단 말인가. 언젠가 TV를 보는데 박근혜가 나왔다. 내용은 아버지 박정희 사후 처음으로 언론을 통해 대중 앞에 선 박근혜의 모습이었다. 흑백이었고 어느 정원에서 따사로운 햇살을 맞으며 그녀는 기자의 질문에 답을 하고 있었다. 질문은 아버지 박정희의 치적에 관한 것이었는데, 정확한 문장은 기억나지 않지만 대략 아버지 박정희의 인권을 무시한 독재와 경제적 성과에 대한 것이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그때 박근혜가 한 말의 대략은 이랬다. 당시는 보릿고개가 있을 때고 모두 굶어죽느냐 마느냐 하는 판인데, 인권이 좀 무시됐기로서니 어쩔 수 없는 일이 잖느냐, 그러니 아버지의 정책은 옳았다. 그랬다. 박근혜의 이 논리가 이 논리가 지금에 와서 바뀌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또 이런 논리는 박정희의 논리고 현 수구세력의 논리가 아니던가. 박정희라는 인물을 떼어놓고 독자적으로 박근혜를 말할 수 있으면 해 보라. 박정희와 박근혜를 연관 짓는 것은 주류남성사회의 논리가 아니라 역사의 논리다. 박정희를 박근혜와 연관짓는 것이 주류남성사회의 논리라며 박근혜의 독자성을 주장하는 대목에선 독선적 시각마저 엿보인다.
독선을 넘어 파시즘으로
이 독선은 최보은 씨에 의해 파시즘의 영역으로까지 치닫는다는 느낌을 갖게 만든다.
". . . . 김대중 대통령의 평양 방문을 동행취재하고 돌아온 기자들이 김정일에 대해 '날 때부터 제왕수업을 받았던 인물'이며 '그 제왕수업은 돈으로 살 수 없는 정치적 자산'이라고 평가하는 것을 들은 적이 있다. 왜 그런 논리는 박근혜에게 적용되지 않는가?"(월간 말 3월호 81쪽)
이게 무슨 소리인가. '날 때부터 제왕수업을 받았던 인물'이 김정일이며 '그 제왕수업은 돈으로 살 수 없는 정치적 자산'이라고 칭찬인지 비난인지 모를 낯뜨거운 소리를 늘어놓은 기자들의 진의도 의심스럽거니와 왜 이를 박근혜에게는 적용시키지 않느냐고 따지는 최보은 씨의 주장도 우습기는 마찬가지다. 최보은 씨는 박근혜가 김정일처럼 '제왕수업'을 받았다는 의미로 한 말 같은데, 그게 사실이라면 박근혜는 절대 대통령 후보가 되서는 안 되는 요주의 인물임에 분명하다. 김정일이 '제왕수업'을 받았다는 게 과연 민주사회에서 정치적 자산이 될 수 있는가. 또 박근혜가 '제왕수업'을 받은 여성이라는 이유가 페미니스트들의 지지를 얻을만한 모럴이 된다고 생각하는가. 왜 이러는지 모르겠다.
그러나 "여성인 박근혜가 대통령이 되어 날마다 뉴스에 나오고 각료 임명장을 주는 모습이 텔레비전이나 신문 화면을 뒤덮는 날, 사람들의 여성에 대한 생각은 조금씩 달라질 것이며, 따라서, 이제 여성의 당대 논리는 진보정당이 아닌 여성당"(한겨레신문 3월 19일자)이라고 주장한 장정임 씨의 말은 수긍이 간다. 여성대통령이 나와 매일 9시 뉴스와 일간지의 머리기사를 장식한다면 분명 여성에 대한 시각에 변화가 생길 것이라는 짐작은 얼마든지 가능하다. 또 여성당이 여성의 당대논리라는 데 이의를 달 이유도 없다. 여성부가 생겼는데 여성당이라고 생기지 말란 법이 없기 때문이다. 되레 권장해야 할 사항이다. 지금처럼 여성단체로 머물 게 아니라 정치세력이 되어 정책에 관여하고 입법도 하고 여성의 지위를 정치사회적 시스템 속에서 하나씩 구축해 나갈 정치제도권 안에서 여성을 대변할 당의 존재는 얼마든지 필요하다. 그러나 대통령 박근혜는 아니다.
페미니즘은 진보인가?
최보은 씨는 박근혜를 지지한다며 이것이 바로 진보라고 말했다. 이 말은 역사적 진실과 우리사회의 정치사회적 함수관계와 관계없이 그게 어떤 사안이든 여성적 시각으로 보면 그게 곧 진보라는 말과 같다. 이럴 때 페미니즘은 정말 진보인가? 최보은 씨의 박근혜 지지문제에 이르면 답은 아니다가 된다.
박근혜의 지지가 진보라는 최보은 씨 주장의 논리 근거로 '월간 말'의 인터뷰 내용 중 바로 이 대목에 주목한다.
" . . . . 여성진영은 왜 참정권 행사를 여성 독자의 이해관계에 기반해서 바라보지 않고 '진보진영'의 틀 속에서만 바라보려 하는가 하는 의문이 들었다."
이게 박근혜를 지지하게 된 근거이며 진보라는 정당성을 획득할 수 있는 유일한 대목이다. 그는 진보진영 조차 "가부장적 이데올로기나 전체주의적 집단의식과 권위주의, 성차별 행태 면에서" "주류사회의 그것을 거울처럼 반영한다는 사실을 알고 난 뒤" "여성의 이해관계에 입각한 참정권행사에 의문을 갖게 됐다"고 말한다. 그의 말은 정당하다. 진보진영이 페미니즘까지 수용한 것이 아니며 만족할 만한 노력을 했다고도 생각되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페미니즘 시각의 박근혜의 지지가 곧 진보라는 주장에는 찬성할 수가 없다. 이는 진보진영의 문제가 아니라 일상적 파시즘의 문제이다. 이 일상적 파시즘에 관한한 별도의 장이 필요하다. 그만큼 복잡하고 역사가 깊다. 이를 말하기 위해선 이와는 별도의 영역 드래깅이 필요하다는 말이다.
최보은 씨의 주장에 반대한다는 김정란 교수의 입장이다. "현재의 정치 역학 안에서 박근혜의 지지는 곧 박정희 지지로 이어지며" "박정희를 지지한다는 것은, 가장 잔인한 형태의 가부장제를 지지한다는 뜻이며, 그것은 힘들게 쌓여온 민주화의 방향에 대한 거부이며, 여성적 비전과 정면으로 상충한다."(한겨레신문 3월 19일자)
여성정치세력민주연대도 같은 신문에서 "대통령 후보에 대한 평가는 여성이기 이전에 정치인으로서 역사성과 책임성을 기준으로 삼아야 하는데, 박근혜는 박정희라는 아버지를 디딤돌로 존재하기 때문에, 단지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지지하기는 어렵다"고 밝히고 있다. 다른게 진보가 아니라 이게 진보다. 고로 박근혜를 지지하는 게 진보라는 최보은 씨의 주장은 전혀 진보적이지 않다.
어느 진보적 페미니스트의 능청
앞에서 말한대로 보릿고개가 있을 때 모두 굶어죽느냐 마느냐 하는 판인데, 인권이 좀 무시됐기로서니 어쩔 수 없는 일이 잖느냐, 그러니 아버지의 정책은 옳았다고 주장하는 박근혜를 지지하는 게 어떻게 진보가 될 수 있겠는가? 여성의 이해관계에 입각해 진보진영의 연막을 통찰해 박근혜를 지지했노라며 그게 진보라고 생각한다면 그 멘탈리티를 의심해야 한다.
그러나 최보은 씨는 멘탈리티까지 의심받아 마땅한 그런 사람이 아니다. 그는 분명 여전히 진보주의자이며 페미니스트다.
"내 견해가 100% 옳지는 않아도 나의 의문은 100% 정당하다고 생각한다"라는 그의 주장은 50%는 정당하며 50%는 정당하지 않다. 그의 견해는 100%로 정당하지 않으며 그의 의문은 100% 정당하다는 말이다. 그의 견해가 100%로 정당하지 않은 건 그 견해가 독선적 페미니스트의 그것이기 때문이다. 박근혜와 관련한 그의 페미니트의 입장은 역사와 정치사회적 역학을 고려하지 않은 100% 독선에 다름 아닌 것이다. 그러나 그의 의문이 100% 정당하다는 데는 달리 이유를 달 필요는 없다. 정당하므로.
어쨌든 최보은 씨가 여전히 진보주의자이며 페미니스트라는 점을 의심하고 싶지는 않다. 그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사실 내가 박근혜 지지를 공개적으로 밝힌 건 여성들이 이제 자신의 이익을 위해 뛰고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은 마음이었어. 치마만 둘러도 우리는 찍을 수 있다고 여겨질 정도로 여성들의 불만이 치솟아 있다는 걸 보여주자는 거지."(월간 말 3월호 82쪽)
능청스럽긴. 이 사람이 알건 다 알면서 하는 소리란 걸 모를 성싶었을까. 그는 지금 역사가 아니라 여성으로서 화가 나있는 것이다. 여기까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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